▣ 목차
<출처 : 오스과 수군의 잡학다식>
펜대의 공간에 주입된 잉크가 촘촘한 피드를 거쳐 닙으로 잉크가 흘러나온다.
필기시 펜에 가해지는 압력으로 슬릿이 살짝 벌어지면, 잉크가 슬릿(펜촉의 중앙에 있는 선)을 타고 흘러 내려와 닙 끝부분에 닿는다. 그 상태에서 닙 끝부분의 잉크가 종이와의 모세관현상으로 종이로 이동, 글씨가 써진다.
제조사별로 잉크가 피드를 타고 내려오는 흐름이 다르기 때문에, 여러 자루를 사용할 때에는그 흐름을 잘 파악하여 잉크를 사용해야 한다.
펠리칸 4001, 라미, 세일러의 잉크 흐름은 다소 박한 편.
모나미 칼라 잉크, 바이허민은 콸콸,
파커 큉크, 파일로트 필기용 흑색은 중간 정도.
1. 다이소 세트 만년필
다이소에서도 만년필을 사는 것을 알고 호기심에 사 본 제품. 저렴한 가격에도 무난한 성능과 필기감을 보여줍니다. 준수한 성능에 쉽게 버릴 수 있다는 가격 메리트 덕분에 주력 만년필로 사용 중입니다.
EF + F촉 세트로 된 상품과 F촉(?) 하나만 있는 상품 두 가지가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세트상품 쪽이 좀 더 필기감이 부드러운 것 같습니다.
ㄱ. 잉크흐름
(1) EF + F촉 세트 상품
잉크 흐름 약간 좋음 ~ 보통 사이.
EF + F촉 세트로 상품 중 F촉에 펠리칸 4001 브라운을 담아놨습니다. 펠리칸 4001 잉크가 다소 빡빡하다고 해서, 가늘게 나오거나 끊어지면 어떻게 하나 걱정했는데, 그런 걱정은 하나도 필요 없었습니다. 새 펜임에도 잉크가 금방 닙까지 내려왔고, 글씨도 잘 써 졌습니다. 두께는 무난한 F촉.
같은 세트의 EF촉에는 검은 색을 넣어봤습니다. 종류는 점도에 따라 펠리칸 4001, 파커큉크, 모나미. 이 촉 역시 잉크의 점도에 따라 글씨 굵기가 다르게 나왔습니다만, 다소 점도가 높다는 펠리칸 4001 잉크도 무난히 소화했습니다.
다만, EF촉이라고는 하는데, 제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이게 F촉이 아닐까 싶을 정도.
잉크도 F촉보다 EF촉이 더 많이 나오는 것 같고, 종이에 쓸 때에도 더 부드럽습니다.
(2) F촉, EF촉 단일 상품
보통 ~ 잉크 흐름 살짝 박함.
펜촉의 생김새는 양쪽 모두 세트상품에 들어있는 것과 똑같습니다만, 세트 상품에 비해 잉크 흐름이 좀 더 박한 것 같습니다. F촉, EF촉 양쪽 모두에 모나미 사의 잉크가 들어 있습니다. 하나는 올리카의 올리브, 다른 하나는 네오의 "하늘 담은 호수"입니다.
모나미 사의 잉크는 처음 봤을 때 저도 깜짝 놀랄 정도로 묽은 편입니다. 카트리지 안에서 출렁거리는 모습이 거의 음료수랑 비슷하게 느껴질 정도였으니까요. 그렇게 묽은 잉크를 넣었음에도 잉크가 콸콸 쏟아지지 않습니다. 양쪽 모두 F촉 정도의 두껍지도 가늘지도 않은 두께를 자랑합니다.
(3) 필기감 좋은 만년필 시리즈
비슷하게 생긴 것들만 사다가, 이번에는 다른 걸 사보자, 하는 생각에 집어 본 상품들입니다.
하나는 고무그립이 달린 것인고(이것을 러버, 라고 부르기로 하겠습니다), 다른 하나는 고무그립이 없이 통짜로 투명한 것입니다.
고무그립이 없는 제품은 잉크흐름 아우토반입니다.
잉크 흐름이 가장 좋아서 검은 잉크들도 비교적 글씨가 두껍게 쓰이는 편이고, 모나미 사의 묽은 잉크를 넣었더니 글씨 두께가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잉크가 한꺼번에 많이 쏟아져 나오니, 펜촉이 종이에서 미끄러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덤. 그래서 처음에는 쓸 때 너무 미끄러워서 불편했던 기억이 납니다.
눈으로 봐도 묽은 모나미 바이올릿색 잉크를 '그립없이'에 넣어주면 좔좔 쏟아집니다.
검은 잉크는 (그것도 파커 잉크보다 묽다고는 하지만) 모나미 것보다는 좀 덜 묽은지, 세필은 아니더라도 글씨가 예쁘게 나오더군요. 잘 쓰다가, 어머니가 "안 쓰는 만년필 있으면 내놔라."라고 말씀혀서서요." 하셔서 말입니다. 어머니를 드렸습니다.
고무그립이 있는 제품, 이른바 러버는 잉크흐름 나쁨입니다.
펜 소개에서 보면 알 수 있듯이 EF, 세필에 해당되는 펜인데요. 원래 세필들이 잉크흐름이 좀 박하다고는 합니다. 그렇긴 한데, 박해도 너무 박한 듯. 모나미 사 바이올릿 잉크를 넣어놨는데 종이질에 따라 글씨 두께가 많이 차이가 납니다. 종이가 만년필 잉크를 잘 받아주는 = 그래서 잘 비치지 않고 번짐이 덜한 종이라면, 진짜, 펜촉으로 종이를 긁으면서 쓰는 기분.
개인적으로 F촉 정도의 두께를 선호하는 편인데, 종이가 잉크를 잘 안 먹으면 세필의 두께, 잉크를 잘 먹는 종이는 F촉 정도의 두께가 나옵니다.
ㄴ. 종이
(1) 세트 상품 시리즈
잉크 흐름이 다소 좋은 편에서 보통이기 때문에, 잉크로 글씨를 쓸 수 있는 종이라면 어디에나 사용이 가능할 듯 싶습니다. 잉크를 잘 먹지 않는 종이인 다이소 20공 노트에도 무난하게 쓰이고, 일반 기본적인 인쇄용지인 더블에이도 통과, 그보다는 얇고 부드러운, 그래서 잉크를 좀 먹을 것 같은 모닝글로리 공책 종이에서도 번짐 없이 쓸만했습니다.
(2) 필기감 좋은 만년필 시리즈
세필인 러버는 묽은 잉크를 썼음에도 다이소 20공 노트에서는 종이를 긁으면서 썼고, 모닝글로리 공책에서는 F촉 전후한 두께를 내놨습니다. 종이 긁는 그 느낌을 견딜 수 있다면, 두루두루 잘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만.
저는 그냥 잉크 잘 먹는 종이에나 사용하렵니다.
2. 모나미 라인 로즈베이 F촉
ㄱ. 잉크흐름
만년필을 주로 사용하는 다이소 20공 노트가 잉크를 잘 안 먹는 종이이다보니 (올 장마철에는 습기를 잔뜩 먹어서 쓰는 족족 종이가 잉크를 다 튕겨냈을 정도), 어떨 때에는 너무 스트레스를 받더군요.
그래서 아예 잉크를 묽은 잉크를 사자! 라고 생각해서, 검은 잉크를 모나미 잉크로 샀습니다. 그러면서 혹시 잉크가 너무 훅 쏟아질 것을 염려해, 일종의 스토퍼로 모나미 만년필도 같이 샀습니다. 보통 만년필의 잉크흐름이 빡빡하면, 해당 만년필 전용 잉크는 묽은 편이고, 잉크 뿜뿜이 만년필이라면, 만년필 전용 잉크는 좀 점도가 높게 나온다고 알고 있습니다. 모나미 사의 잉크가 묽은 편이라, 만년필의 잉크흐름이 좀 박할 줄 알았죠.
그랬는데, 웬걸.
잉크길 뻥 뚫렸습니다. 펠리칸 4001과 파커, 모나미 잉크를 순서대로 피드에 몇 방울 떨어뜨려서 써 봤는데 깜놀했습니다. 진짜 점도를 가리지 않고 잉크가 풍성하게 나왔습니다. 잉크 잘 안 먹는 다이소 20공 노트 + 펠리칸 조합으로도 제가 가진 모든 만년필을 통틀어 가장 두꺼운 글씨 굵기를 자랑해 주었습니다. 파커큉크까지는 별 차이 없음.
이제 잉크가 묽은 모나미 잉크는 그냥 쏟아진다고 봐야 하더군요. 글씨를 크게 써서 선회반경(?)을 넓혀주지 않으면 획이 겹칠 정도입니다. 이 정도면 아직 써 보지는 않았으면, M촉 이상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해보기도 합니다.
모나미 라인 만년필 한 자루라면, 잉크의 점도 걱정 없이 다 소화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묽은 잉크는 다소 주의가 필요.
참고로, 제가 구매한 것은 F촉입니다. 본래 제 기준 F촉으로도 글씨가 아주 굵게 나오지는 않아서 F촉으로 구매했는데, 세필인 EF촉은 어떨지 궁금해집니다.
ㄴ. 종이
1. 글씨를 작고 가늘게 쓰고 싶다면 잉크를 잘 받아주는 = 잘 번지지 않고, 잉크 잘 안 먹는 그런 종이를 써 주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른바, 만년필 쓰기 좋은 종이들.
2. 글씨를 크게 쓰는 편이고, 또 태필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비교적 얇고 부드러운 종이에도 쓰려면 쓸 수 있습니다. 잉크가 콸콸 나오는 것에 비해 번지지는 않습니다. 예전에 바ㅇㅇ 공책에 묽은 잉크로 써 본 적이 있는데, 한지가 먹 빨아들이듯 쫘악 잉크를 빨아들이더군요.
저는 뭔가를 쓸 때 굳이 종이를 가리지 않고, 이것 저것 쓰니까요. 모나미 라인 만년필을 쓴다면, 종이보다는 잉크를 골라서 사용해줄 것 같습니다. 점도가 높아서 잉크흐름이 박한 잉크 전용으로 쓰면 딱 좋을 것 같습니다.
3. 플레티넘 플레피
정말 오래 쓰고 있는 제품입니다.
벌써 10년 가까이 됐을 것 같은데, 교보문고 핫트랙스에서 우연히 발견하고 "어머, 이렇게 장난감 같은 + 이렇게 저렴한 만년필이 다 있네?"라면서 호기심에 사 온 것입니다. 그때부터 사용하던 것으로, 최근 2년 정도는 연필을 사용하느라 잠시 모셔놨다가 올 여름부터 일기를 쓰면서 다시 꺼냈습니다.
재생지 공책에도 벅벅 긁어가면서 써댄 막 굴린 만년필.
ㄱ. 잉크흐름
몰랐는데, 플래티넘이 잉크흐름이 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더군요. 오죽하면, 제조사가 만년필 피드, 닙에 이어 카트리지마저도 잉크 흐름을 어떻게 하면 방해할까 고심 중이라는 말까지 들을 정도. 그래서 글씨를 쓰다가 선 가늘어지고 끊어지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고.
그런 제품 특성 + 세필은 점성이 높은 잉크가 안 좋음 = 플래티넘 세필은 펠리칸이나 라미 잉크처럼 진득한 잉크와는 궁합이 잘 안 맞습니다.
예전에는 그걸 몰랐지만, 다행스럽게도 잉크 점도가 무난한 파커 큉크 잉크를 넣어서 사용했고, 지금은 모나미 하늘 담은 호수색 -> 모나미 공작깃색 잉크를 사용 중입니다. 펠리칸 4001 잉크는 아예 시필을 생각해 보지도 않았음.
위에서도 말했듯이, 글씨를 쓰다가 선 가늘어지고 끊어지는 고질병(?)이 있다고 하는데, 그러고 보면 저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흔들어도 보고, 카트리지 분해해서 펜촉을 잉크에 콕 담갔다가 써 보기도 하고 그랬네요.
ㄴ. 종이
잉크가 쏟아지는 타입이 아니어서, 개인적으로는 잉크가 잘 배어드는 종이가 쓰기 편하고, 예쁘게 나옵니다. 점도가 묽은 모나미 잉크 사용 기준으로, 종이가 부드럽고 얇은 편인 모닝글로리 공책 종류에 잘 받는 편인 것 같습니다. 잉크가 묽은 편인 모나미 잉크 + 플레피 0.3mm(아마도 F촉일 듯) + 모닝글로리 공책 = 가장 좋아하는 두껍지도 얇지도 않은 선으로 써지더군요.
반대로, 잉크를 잘 받아내는 편인 = 잉크를 잘 안 먹는 = 다이소 20공 A5 공책에서는 펜끝과 잉크가 튕겨나는 느낌를 가끔 받을 때가 있습니다. 잉크가 끊어지는 경우도 가끔 있습니다. 잉크를 시험할 때 가장 기본적인 종이라는 인쇄용지에서도 약간의 끊어질 듯 말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본문 보통은 만년필에 맞춰 가장 잘 쓰이는 종이를 고르곤 합니다.
하지만 전 연필이든 만년필이든 아무 종이에나 막 써대서 말입니다. 뭣보다 보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머릿속의 생각을 토해내기 위해 쓰는 일이 많다보니, 전자문서로 정리가 끝나면 종이는 대부분 폐기처분해 버립니다.
좋은 종이를 보면 써보고 싶어서 손이 근질거리기는 하는데, 아깝기도 해서요.
종이는 그냥 가까운데서 살 수 있는 것을 고름. 그러다 보니, 종종 연필이나 만년필, 특히 잉크를 쓰는 만년필에는 안 맞는 꽝도 고르게 됩니다.
그렇게 종이환경이 균일하지 못하고, 마침 만년필도 완전 소모품으로 쓰다 고장 나면 바로 버리고 새로 살 수 있을 정도의 저렴한 물건을 주로 사용합니다. 여러 자루 갖추는 것은 일도 아닌지라, 차라리 그냥 만년필이랑 잉크를 종이에 맞춰서 갖고 있는 게 낫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드럽고 하늘하늘한 종이에는 잉크가 잘 안 나오는 펜, 어지간한 잉크는 거슬리지 않게 써지는 공책이라면 잉크가 고냥고냥 나오는 펜, 잉크흡수가 복불복인 종이는 잉크 뿜뿜으로 밀어붙여서 쓸 수 있는 펜 등등.
본래는 저렴이 만년필 중 펠리칸 잉크와 쌍을 맞춰줄 파일 카쿠노 만년필을 사보고 싶었는데, 라인 만년필이 잉크 뿜뿜이인 걸 알고 일단 철회했습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잉크를 잘 흡수하는 얇은 종이에도 쓸 수 있게, 잉크흐름이 나쁜 플래티넘 소유성을 살까 생각 중인데요. 카쿠노 만년필도 구매의사를 접었다지만, 파일로트 만년필 필감이 궁금해지기도 해서 에르고그립을 장바구니에 넣어놓음.
안 그래도 평소 필기나 낙서는 연필을 사용해서 만년필도 그렇게 자주 쓰는 것이 아닌데, 이놈의 호기심이 문제입니다. 그러고 보면 잔뜩 사들인 연필 중에 이제야 겨우 한 자루를 고이 보내드렸는데, 나는 스테들러 노리스를 타스로 하나 더 샀더랬지, 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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