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차
◈ 로그라인의 정의
로그라인이란 쉽게 말하면, 작품 전체의 줄거리를 "한 문장"으로 요약한 내용입니다. 이 작품은 이런 내용이다, 라는 것을 한 번에 보여주는 것입니다.
실제로, 예전에 친구가 하던 일을 도와주던 때, 전철을 타고 가면서 친구가 웹소설을 읽더군요. 그래서 물어봤습니다.
"무슨 내용이야?"
"다른 세계에 떨어진 주인공이 세계를 구하는 얘기"
비교적 단순하게 표현되기는 했으나, 친구는 자신이 읽던 웹소설의 내용을 정말 한 문장으로 전달해 주었습니다. 그 말을 들으니 대충 어떤 얘기인지 감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 로그라인의 중요성
물론, 저 내용만으로는 그 작품만의 특징이 와 닿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이 로그라인이 얼마나 중요하냐면, 예전에 잠시 소설쓰기를 배웠던 작가님께서 이런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시나리오나 소설의) 심사를 할 때, 일일이 내용을 다 안 읽습니다. 처음 몇 작품은 시놉시스 정도까지는 읽지만, 살펴봐야 할 작품이 한참 남았는데 계속 그렇게 세세하게 읽지는 않죠. 로그라인만 읽고 넘깁니다."
그 작가님이 콘텐츠 진흥원의 공모전에 심사위원으로 참가하셨을 때의 얘기입니다.
오 마이 갓.
살과 피와 시간과 정성을 갈아넣어 쓴 시나리오와 소설을 가장 첫 줄의 한 문장만 읽고 넘기다니. 로그라인이 좀 괜찮다 싶은 작품은 좀 더 살펴본다고는 하지만, 어쨌든 로그라인의 벽을 넘어서야 하는 셈입니다. 너무하다 싶기도 합니다만, 그것이 현실이고, 그만큼 로그라인이 중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 로그라인 쓰는 법
도입부에서 이야기했듯이, 로그라인은 주인공이 어떤 일을 하는지를 짧고 굵게 설명하는 것입니다. 제가 예의 작가님에게 로그라인 쓰는 법을 배울 때에는 육하원칙에 따라 "어떤 주인공"이 "무슨 일"을 하려는지를 표현해야 한다고 하셨지요.
그때 예를 들었던 로그라인은 대충 이런 식이었습니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뒷골목에서 성장해 조직폭력단에 들어간 ㅇㅇ이 자신을 죽이려 한 조직보스에게 복수하는 이야기."
그리고 이어진 강의.
또 위에서 말했듯이, 읽어야 할 심사작이 많을 때에는 로그라인만 읽고 넘어간다고 했지요. 그렇기 때문에 로그라인을 인상적으로 써야 한다고 했는데요. 그러기 위해서는 반대 = 대비되는 내용을 넣어줘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 내용을 최근에 제가 이웃으로 걸어둔 네이버 블로그에서 다시 찾아볼 수 있었는데요. 다른 말로 "아이러니"가 들어가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사람을 사랑하는 악마."
선생님이 예시로 들어주신 로그라인입니다.
이 로그라인을 보면, 주인공이 예상 밖입니다. 사람을 사랑한다면 자애에 넘치는 인물일 것 같은데요. 악마랍니다. 엥? 어떻게 해서 악마가?
흥미가 동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이번에 블로그에서 다시 발견한 로그라인 중 하나.
"한 형사가 관계가 소원한 아내를 만나러 LA에 왔는데, 아내의 사무실 빌딩은 테러범들에게 장악되어 있었다."
영화 <다이하드 1>의 로그라인이라고 하네요.
이 로그라인에서 아이러니 = 역설이 쓰였습니다. "~했는데, 전혀 생각밖의 엉뚱한 일이 벌어졌다." 다만, 영화 내용을 다 알아서 그런지, "오. 이 로그라인 내용을 잘 표현했네."라는 생각은 들어도, 흥미가 동하지는 않는군요. 스포일러의 폐해인 것 같습니다.
도입부에서 이야기한 공부회에서는 로그라인 쓰는 것도 해보았습니다.
선생님이 얘기해주신 <조폭> 로그라인에는 캐릭터의 전사도 함께 표현돼서 말입니다. 저희사이에서는 한동안 주인공의 뒷설정이 길게 이어지는 로그라인이 한동안 유행했습니다. 덕분에 주인로그라인이 몇 문장으로 늘어난 것은 덤입니다. 물론, 다음 번 공부회에서 대차게 까였지요.
그리고 반대되는 내용 = 아이러니를 집어넣어야 한다는 가르침도 쉽게 소화하지 못했습니다. 가장 머릿속에 인상적으로 남은 로그라인이 주인공 설정이 상충되는 로그라인이었기 때문일까요. 또, 주인공을 가운데 두고 뭔가 반대되는 속성을 집어넣으려고 끙끙대던 기억이 납니다.
◈ 로그라인은 언제 써 봐도 좋다
작법 강의하시는 분들 보면, 학생들에게 자신이 기획하고 있는 작품의 로그라인을 써보라고 하신답니다. 그 말은 비교적 이른 단계에 작성한다는 뜻이겠지요. 작품의 시작과 끝 정도가 정해진 단계. 제가 로그라인을 배울 때에도 딱 그쯤에 써보라고 했습니다. 로그라인에 대해 "이런 것이다."라고 배운 뒤, 시퀀스 구상 및 트리트먼트 작성 단계로 넘어갔죠.
그런데 지금의 저는 전 시놉시스 쓰기 전 단계 혹은 그 직후에 로그라인을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적어도 지금 쓰려고 노력 중인 소설에서는 말입니다.
현재 전체 내용의 대략적인 시퀀스는 다 잡아놓은 상태입니다.
이제는 시퀀스 다음 단계, 보다 세세한 진행, 시나리오로 따지면 장면을 설정하는 단계에 들어서 있는데요. 이게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끔 세세하게 따지고 들다보니, 쥔공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펼쳐질 배경에 대해서도 더 깊게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본래대로라면, 처음 시작할 때 주인공상은 다 그려져 있었어야 할 겁니다.
하지만 적어도 저는 "뭔가를 쓰고 싶다."라고 생각할 때, 대략적인 인물상만 그려놓습니다. 성격, 성향이라고 할까요. 그냥 "이런 인물" 이라는 정도의 느낌입니다. 직업이라든가, 그런 비교적 구체적인 설정은 플롯 구상에 들어간 뒤에 시작됩니다.
"대충 이런 애인데, 이런 사건에 휘말리면 대략 이런 정도의 인물은 되어야겠지?"
(쉽게 예를 들자면, 나라를 넘어 대륙 단위의 비밀 사건을 해결하려면 왕족, 귀족, 군인, 고위직 공무원은 되어야 하지 않겠어? 라는 느낌. 빈민가의 소년이 성장해 세계를 구한다는 선택지는 없습니다).
요런 식입니다.
지금 쓰려고 하는 습작이 그 전형이라서 말입니다. 이 이야기에 버무려지려면 (초반에) 어떤 형태를 하고 있어야 하는가, 라는 점이 시퀀스 단계에까지 아직 두루뭉술~한 상태였습니다. 장면을 구상하는 단계에 이르러서야 구체적인 상을 잡고 있는 중입니다.
그러다 보니 이 시점까지 와서도 로그라인에 주인공 칸은 빈 칸인 상태입니다.
그렇지만 로그라인에 집어넣을 것을 전제로 구상을 하다보니, 군더더기없이 간결하고 구체적인 인물상이 구축될 것 같습니다. 덤으로, 시퀀스 단계에서는 애매하게 아직 자세히 설정되지 않았던 첫 무대와 사건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고 말이죠. 로그라인은 어느 단계에서나 한 번씩은 되돌아보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